바둑계 최초로 여자 기사회장이 탄생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회 회장 선거에서 여자기사 김효정 2단(32)이 양건 9단(38)을 105대 96, 불과 아홉 표 차로 누르고 제31대 기사회장에 당선됐다.
1967년 10월 배상연 초대 회장 취임 이후 프로기사회 46년 역사상 첫 여자 회장이자 역대 최연소 회장이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남자기사들이 주도해 온 바둑계에도 드디어 여성 파워가 강하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회가 공식적으로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의 친목단체이지만 기사회의 결정사항이 거의 다 이사회에서 그대로 수용되고, 중요한 사항들은 반드시 기사총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바둑행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신임회장은 1981년 부산 태생으로 1996년 입단해 여류명인전 여류국수전 등에서 활약했고, 현역 프로기사로는 드물게 성균관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친 재원이다. 평소 바둑계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폭 넓은 교류 관계를 맺고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 왔다. 여자프로기사회장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한국기원 이사로 선임돼 바둑행정에도 적극 참여해 왔는데, 앞으로 기사회장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출마 직전에 이사직을 사퇴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오래 전부터 회장 출마를 공언하고 준비해온 양건 후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발주자인 김 후보가 출마 선언과 함께 8개월 된 아들 세훈과 함께 찍은 선거포스터를 기원 주변에 붙이고, 선거 당일 기사총회서도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자신의 공약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득표활동을 펼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건 후보가 다소 개혁적인 성향으로 비쳐진 데 반해 김효정 후보는 중도 보수 쪽으로 분류돼 40대 이상 시니어기사들과 여자기사들을 중심으로 전 연령층에서 고른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체계적인 바둑 홍보와 적극적인 마켓팅을 통한 새로운 기전 유치 ▦바둑의 저변 확대와 위상 제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기사회 운영 등 3대 공약을 내걸었던 김 신임회장은 "앞으로 더 고민하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김 신임회장은 지난 1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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