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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2일] 대학 구조조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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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2일] 대학 구조조정의 미학

입력
2013.11.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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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원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안이 최근 제시됐다. 내년부터 시행할 이 안은 고교 졸업생 감소에 따른 대책의 성격이 강해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정원 감축의 필요성과 학생수 감소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견돼왔고,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국가 인적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필요한 정책이었다.

한동안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주장한 사람들의 논리처럼, 설립과 대학 문호는 낮추되 시장경쟁 원리에 의해 자율적인 생존경쟁이 이루어지고 수요자 중심의 시장 원리가 적용되면 자연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는 대학 교육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단순한 경제 원리적 발상이다. 교육의 수요와 공급은 단순한 경제 원리가 아니라 국가 인적자원 개발과 인적 보존의 문제이자 개인의 자아성취와 자기계발, 그리고 사회계층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구나 대학 교육이 계층 상승 이동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우리 교육문화 속에서는 더더구나 그렇다. 대학 자율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학간 자율경쟁이 어렵고 자칫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뿐이었다.

이젠 교육전문가들을 비판하며 교육을 재단했던 일부 정치인과 경제전문가들, 이에 희생되어온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보다 정직하고 참다운 대학 구조조정을 선보여야 할 때이다.

우선 숫자 놀음과 양적 축소만 구조조정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양적 구조조정과 함께 질적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필요한 지역, 필요한 학문영역, 설립취지에 따라 육성하려는 영역, 국가인력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영역은 확대조정 등 내적 구조조정을 통해 질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인문 사회와 이공계의 조화를 이루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 경쟁력을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인문 사회의 기본 없이 창조와 이공계만으로 창의성, 융ㆍ복합적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균형발전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지역의 인구와 여건, 지역산업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넷째,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간 구조조정 불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을 의식한 지방대의 배려나, 지방을 고려한 수도권대의 인위적인 감축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국공립대와 사립대간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구조정책이 추진돼야 옳다. 국공립은 재정소요가 더 요구되는 학문 분야와 기초학문 영역, 국책형 인재 양성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립대는 재정부담을 덜면서 국공립대와 차별화되는 특성화 정책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게 맞다.

여섯째, 구조조정의 철학 정립과 이에 근거한 합리적 구조조정의 잣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포뮬라 중심의 양적 평가 지표를 중시하는 불합리한 척도는 안 된다.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는 특히 그렇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일정기간 구조조정 유예기간을 둬 대학 스스로 설립 목적과 생존 전략에 부합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는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 정책, 장학적 지원정책을 견지하는 것이다.

일곱째, 대학 졸업자가 아닌 대학 미진학자들과 고교 졸업생들에 대한 취업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취업 대책을 위해 고교 취업 할당제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대학 정원축소는 분명 중요하지만 대학 진학 수요를 무조건 억제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연계 체제를 확대하여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의 기초학력 수준에 이르도록 양질의 교육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적 배려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시대에 외국 학생과 평생학습, 재교육 등의 가수요 요인이 있으므로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수만 기준으로 정원 감축을 시도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돼야만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고, 질적 구조조정과 양적 구조조정의 조화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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