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명상무, 아시아리그 8팀 중 1위전·현직 국가대표 주축인 신생팀 9월 9경기 승률 5할에도 못미치다일본제지와의 원정 3연전 전승 등 손발 맞아가며 10월 9승2패● 얇은 선수층, 아쉬움 남아"용병 없이 17명만으로 뛰어… 체력 부담 커 부상 당할까 걱정"
잔잔하던 미풍이 어느새 태풍으로 변했다. 이제 막 창단한 신생 팀이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 2013~14 아시아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대명 상무가 1일 현재 8개 팀 가운데 단독 선두(13승7패ㆍ승점 39)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무는 다른 팀보다 일정상 많은 경기를 치렀다고 하지만 최근 일본 제지 크레인스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휩쓰는 등 4연승의 상승세를 달리며 리더 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어 오지 이글스(일본ㆍ12승2패)가 승점 38을 기록, 상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내의 하이원(승점 24)과 안양 한라(승점 23)는 각각 4,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용병 없이 단 17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상무는 뛰어난 성적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변선욱 대명 상무 감독은 "선수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면서 팀 플레이에 대해 눈을 뜬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무는 리그 순위를 좌우할 다크호스로 꼽혔다. 전ㆍ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한 팀에 모였을 때 어느 정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걱정은 기우였다. 물음표는 서서히 느낌표로 바뀌어 가고 있다. 9월 개막전에서 안양 한라에 1-6으로 패했던 상무는 이튿날 경기에서 5-4로 승리를 거두며 창단 첫 승을 거뒀다. 10월초 5연승의 상승세를 달리며 5할 승률을 맞춘 상무는 다시 4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벌써 13승째를 챙겼다.
시즌 초반 팀 플레이보다 개인기에 의존했던 상무는 선수들이 하나의 팀에 서서히 녹아 들면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이에 대해 변선욱 감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첫 경기에서 한라에 완패한 뒤 선수들 스스로 많은 걸 깨달은 것 같았다"며 "제 아무리 개인기가 좋아도 용병들이 버티고 있는 팀들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무에는 조민호, 박우상, 김기성 등 주축 선수들 중 한라 출신이 많다. 자존심이 강하고 지는 걸 싫어하는 선수들은 몇 차례 패배를 통해 변하기 시작했다. 9월 4승5패에 머물렀던 상무는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10월에는 9승2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기어코 선두로 올라섰다.
상무 특유의 불사조 정신도 선수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했다. 변 감독은 "주어진 인원 속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위해 선수들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오며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고 있던 변선욱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을 위한 '희생'에 대해 설명했고 선수들도 이를 이해, 실천에 옮겼다.
개인의 욕심을 내려 놓자 오히려 기록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시아리그에서 박우상(11골 16도움), 조민호(10골 22도움), 김원중(12골 11도움)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공격부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수비수 이돈구도 무려 16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이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6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하기엔 17명이라는 선수층이 너무나 얇다. 대개 25명 내외의 선수들로 리그를 치르는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체력적으로 지칠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선수들 모두 한 마음으로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을 안고 있다. 변선욱 감독은 "선수들이 좀 더 보충된다면 더욱 공격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내용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무는 현재의 성적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변 감독은 더욱 냉정한 평가를 했다. "시즌 초반에 대진운이 좋았을 뿐이다"라며 "적어도 12월은 되야 어느 정도 순위가 나올 것이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손발을 맞출수록 경기력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겨울 빙판을 뜨겁게 달구는 상무의 기적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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