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0월까지 국회에 보고하겠다던 자체 개혁안이 기한을 맞추지 못함에 따라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의 엄정 중립'을 강조하면서 재발 방지책이 개혁안에 담길지도 주목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자체 개혁안을)10월 중에 확정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이적단체와 간첩 적발을 위해 국내외 활동을 융합하고 국내 대공수사파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개혁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날까지 이렇다할 이유도 밝히지 않은채 개혁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개혁안에는 조직개혁이 필수적인데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조직 및 인사와 관련해 조정할 사항들이 많아 아직 개혁안이 완성되지 못했다"면서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국정원은 현재 개혁안 준비보다 인적 쇄신 작업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준 원장이 최근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직원들로부터 각종 인사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3급 직원 이모씨를 파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사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남 원장은 취임 이후 내부 감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한편 현역 해병대 준장을 인사총괄 총무국장으로 영입해 고강도 인사개혁 실험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비판여론을 감안해 남 원장이 보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10월 중 보고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국정원의 존재가 부각되고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없다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한껏 고무된 상태에서 남 원장이 '대공수사 강화'카드를 제시했지만 최근 국정원에 불리한 국면이 전개되자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관련 트윗글 5만여건을 추가로 밝혀내 법원에 제출하면서 '대공수사파트 강화'라는 개혁방향은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이런 사정으로 '국정원 셀프 개혁안'은 조직개편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이 대공수사권 및 국내정보수집 업무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큰 틀의 개혁을 거론했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 국정원법 개정도 필요없는 업무분장 조정으로 실리를 챙기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개입 재발방지 주문이 있었던만큼 국내파트 인력 이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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