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주중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 특별정보수집부(SCS)라는 조직을 설치해 불법 도청과 첩보 활동을 한 의혹이 제기돼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1일 독일 주간 슈피겔을 인용해 NSA와 중앙정보국(CIA)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청두(成都), 홍콩 등의 주중 미 대사관과 영사관을 거점 삼아 특별정보수집부를 통해 불법 정보를 취득해 왔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SCS의 문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1970년대부터 2010년 8월 13일까지 전세계 80여 도시의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 이 같은 형태의 도청소를 설치해 운영해왔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SCS가 자체 개발한 '아인슈타인'이라는 도청 레이더 설비를 도청소에 설치한 뒤 휴대폰과 무선인터넷, 위성전화통신, 도청대상 위치 등을 감시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미국은 직접 대응을 피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사실 확인 요청에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연말께 조사를 마무리한 뒤 관련된 외교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계 미 대사관과 영사관이 도청 및 첩보 활동에 관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더 자세한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SCS를 설치한 아시아 도시에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빠져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광범위한 불법 도청을 해왔다는 것을 간접 입증한다는 것이 중국 측의 생각이다. 미국은 그 동안 중국이 미국 정보를 해킹한다고 비난해 왔는데 만약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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