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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순방 앞두고 정국 정리 의도… 사과·특검 요구는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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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순방 앞두고 정국 정리 의도… 사과·특검 요구는 일축

입력
2013.10.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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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서유럽 순방에 앞서 현 정국을 정리하고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언급할 경우 야당의 정치 공세에 더욱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대응을 의도적으로 자제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침묵 정치를 두고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불쑥 해외에 나갈 경우 역풍을 맞아 순방 자체가 퇴색할 수 있고, 순방 뒤에도 세일즈 외교 성과가 묻힐 수 있는 점을 청와대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입장표명을 요구해온 여론을 당분간 잠재우고 박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순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의 언급 내용은 국정원 사건과의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의혹 규명과 동시에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그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대독 논란을 빚은 지난 27일의 정홍원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내용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다만 이날 재발 방지책에서는 보다 진전된 발언을 내놓았다.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국가보훈처나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까지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거론하며 "이런 일련의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이나 일부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의 개입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거나 자신의 대선 캠프와 관련됐다는 등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재발 방지에서는 한 발짝 나간 셈이지만, 사과와 특검 등 야당의 요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축한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면서 박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혜택을 봤다는 야당의 주장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야당의 '민주주의 위기' 공세를 적극 반박하고 야당의 주장을 정쟁으로 몰아 부치는 공세적 모습도 보였다. 여기엔 전날 치러진 10ㆍ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낙승하면서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통상 월요일에 소집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이날로 미룬 것도 재보선 결과를 지켜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동문서답"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정국 대치 상황은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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