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대선 전후에 한 외교안보 행사 강연에서 보수 대선후보 지지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대선 개입 시비가 일고 있는 보훈처의 안보교육이 박 처장의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나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국가보훈처를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박 처장은 지난해 1월 5일 국제외교안보포럼 신년하례식 조찬강연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세력을,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보수정권 창출의 당위성을 역설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박 처장은 대선이 끝난 올 1월 강연에서 "국내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훈처의 업무"라고 규정하면서 "2년 동안 선제적 보훈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뜻하는 바를 이뤘다"고도 했다. 이는 보훈처를 이념대결 도구로 활용해 사실상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돼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시비가 일고 있다.
더욱이 박 처장은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대선 개입 논란이 있는 안보 강연, 교재 등과 관련해 "공무원 대학생 교사 등 일반 국민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고 전문강사를 위해서 나라사랑교육 교재도 만들었다"고 밝혀 위증 논란도 더해졌다. 박 처장은 그간 "보훈처와 무관한 강사 개인에 의한 행위"라고 변명했었다.
민주당은 이 동영상 등을 토대로 박 처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고발 조치와 함께 해임을 촉구했다. 박 처장은 이에 대해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한 일""국민이 판단해 줄 것"이라며 대선 개입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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