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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일] '직장 오로지 삶'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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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일] '직장 오로지 삶' 바꿔야

입력
2013.10.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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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 이래 한국의 직장인, 특히 직장인 남성들에게는 직장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전체가 여전히 직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몸도 마음도 직장에 머물러 있다. 요즈음에는 이런 현상이 직장인 여성들에게까지 옮겨가고 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이 세상의 모두인것처럼 지나친 몰입이 우리의 건강한 삶과 사고를 왜곡하고 있으며 장시간 근무를 낳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직장문화와 근무시간과 관련된 기존의 인식과 규범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에서 직장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가족과 친척, 친구, 지역공동체 등이 있다. 그리고 휴식, 운동, 취미활동, 오락 등 여가활동, 가사노동 등도 있다. 직장, 가족, 친구, 지역공동체 사이에 그리고 휴식, 운동, 취미활동, 여가활동, 가사노동 등 사이에 적절한 시간배분과 균형이 이루어져야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는 삶, 직장을 위해 시간과 정력을 다 바친 삶은 가족을 희생시키고, 다른 사회적 관계를 축소시킬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을 포함해 직장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너무 장시간 근무하고 지나친 몰입을 하면서 '직장 오로지 삶'을 살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사회적 규범과 인식은 직장 중심의 근무시간과 삶을 당연시하고 있다. 직장 오로지 삶을 보내면서도 소득만 높으면 삶의 질이 높다는 식의 사고가 건강한 삶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호도하고 있다.

직장 중심의 삶과 긴 근무시간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규범과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젊은 세대의 사고가 바뀐다고 직장문화나 근무시간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의사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기존 질서에 적응을 해야 할 뿐, 개별적으로 기존 질서를 바꿀 수 있는 힘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기존 직장문화나 근무시간 문화에서 혜택을 누리는 각 기업들이 이런 질서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직장 오로지 문화, 장시간 근무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국가가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노사 근무시간 단축에 협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국가는 정규직 전일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독점한 관례화된 연장근로관행과 시간제 근로를 어렵게 만드는 질서를 개편하고 일자리 창출, 삶의 질 개선, 일생활균형을 위해서, 기존 근로기준법과 원칙을 제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사무직을 포함하여, 소수의 관리직,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쓸 수 있는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 연장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에 비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지급 연장근로를 하는 관행을 없애기만 해도 근로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할 때 기업들은 근로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근무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계획하고, 일정을 짜서 사용할 것이다. 단위시간당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그 속에서 직장인들도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연장근로는 예외적으로 하는 것을 새로운 근무규범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근무시간 동안 개인 용무나 가족관련 볼 일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일을 한다면, 연장근로를 하지 않거나 덜 하고도 같은 업무량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연장근로시간이 줄어들어도 월급을 일정하게 올려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발생할 수 있는 통상임금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근무시간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도 일감이 많아 결국은 사람을 더 뽑아야 할 것이다. 이때 근무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우리의 기존 직장과 근무시간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인식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존 사회적 규범과 인식을 바꿀 때 비로소 일자리 창출의 지평은 넓어질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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