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시세 하락으로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사료값 등 생산비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소득은 '폭락'에 가깝다.
하지만 더 힘든 건 '부위'별 양극화에 있다. 소비자들의 식성이 등심 채끝 등 몇몇 인기 부위에만 집중되면서, 사골 우족 같은 잘 안 먹는 부위 가격은 8년 전에 비해 3분의1 토막이 나 버렸다. 그러다 보니 채산성 때문에 인기부위 가격을 계속 올리게 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저렴한 수입산으로 발걸음을 돌리는'한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축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30일 한우 평균 경락가격은 ㎏당 2만288원. 2010년 2만5,082원, 2012년 2만2,498원 등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농협 관계자는 "갈수록 육류를 기피하는데다 값싼 수입육이 대거 들어오면서 한우는 현재 공급초과 상태다"면서 "한우 한 마리를 팔아 농가가 버는 돈은 이미 최근 1년새 12%나 떨어졌고 여기에 사료값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부위별 가격편차다. 소비자들의 부위별 '편식'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인기부위와 비인기부위의 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날 사골의 경락가격은 ㎏당 3,317원. 작년보다 56%나 폭락했다. 2005년(1만9,290원)에 비하면 무려 68%나 하락한 금액이다. 우족도 마찬가지다. 경락가격은 ㎏당 5,856원으로 2005년(2만431원)에 비해 71%나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골탕 우족탕 등이 보신용 식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식습관이 바뀌면서 요리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탕 요리를 좀처럼 먹지 않고 있다"며 "젊은 층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 사골 우족 꼬리뼈 등은 아예 소비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인기부위는 정반대다. 등심 경락가격은 ㎏당 5만166원으로 2005년(3만5,748원)보다 40% 올랐고, 채끝 역시 2005년 2만6,609원에서 현재 4만8,582원으로 83%나 인상됐다. 구이용 살코기들만 초강세인 셈이다.
한우 한 마리를 도축하면 등심 안심 채끝 등 구이용 부위는 7%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족 사골 등 '부산물'이 53%나 된다. 하지만 가격으로 보면 인기부위 비중이 전체 소값의 45%를 차지한다. 축산농가와 유통업자들로선 비인기부위가 안 팔리니까 자꾸 인기부위 가격만 올린 결과다.
그러나 이 같은 부위별 편식, 부위별 가격편차는 결국 한우소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비인기부위는 식성이 달라져서 안 먹고, 인기부위는 비싸서 못 먹는, 그래서 결국 축산농가만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 김태성 부연구위원은 "인기부위 편중소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축산농가의 애로는 계속될 것"이라며 "비인기부위의 영양가치와 요리법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즉석요리 가공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들은 1일 '한우데이'를 맞아 한우소비촉진을 위해 구이용은 20~30%, 사골 우족 꼬리 등은 30~50%까지 할인하는 판촉행사를 진행중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