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4호기에 보관 중인 핵연료봉을 외부로 빼내는 작업이 11월 8일 시작된다. 방사능 덩어리인 핵연료봉을 빼내는 과정은 사소한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작업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30일 도쿄전력이 요청한 4호기 핵연료봉 저장수조에서 핵연료봉을 반출하는 작업을 허가했다. 원전 관리회사인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 당시 발생한 사고로 가동이 불가능해진 후쿠시마 제1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는데 4호기 핵연료봉 반출 작업은 3단계로 이뤄진 사고 수습 공정 중 2단계에 해당한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오염수 유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전 외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의 사고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2단계 공정을 시작했다. 현재 4호기 수조에는 사용후 핵연료봉 1,331개와 사용전 핵연료봉 220개가 들어있다. 핵연료봉 한 개는 길이가 4.5m, 무게가 300㎏가량 된다.
2단계 공정은 크레인을 이용, 4호기 핵연료봉 전체를 수송용 용기에 채워 원전 건물 밖으로 끄집어 낸 뒤 원자로에서 100m 떨어진 공용 저장수조에 옮기는 작업이다. 도쿄전력은 이 작업을 내년 말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핵연료봉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핵연료봉을 덮은 피복관이 손상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기존 오염수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운반 도중 핵연료봉이 손상될 경우 대처할 방법도 마련돼있지 않다. 도쿄전력은 작업에 앞서 핵연료봉 파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4호기에서 핵연료봉 2개를 꺼내보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
4호기 건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일어난 수소 폭발로 4호기 건물은 지붕과 일부 벽이 날아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된 도호쿠 대지진 이후 1만번 이상 여진이 이어지면서 건물 지반도 약해졌다. 도쿄전력은 저장수조를 떠받치는 보강공사를 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4호기 건물 안에는 수소폭발 당시 무너진 잔해가 그대로 있어 이를 제거하는 공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안에서 고농도 방사선량이 검출되고 있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는 등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
다나카 ??이치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위험이 너무 커 오염수 문제보다 더 걱정"이라며 "사용후 핵연료봉에 핵분열 생성물과 우라늄, 플루토늄이 가득 차있어 반출 과정에서 피복관이 손상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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