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가 부족하고 작황이 좋지 않아 김장철 배추 무 가격이 급등해 '김치가 아니라 금(金)치'가 된 다음해에는 너도나도 배추와 무 재배를 늘려 가격이 폭락하고, 그 이듬해에는 재배면적이 지나치게 줄어 다시 '금치'가 되는 김장철 채소가격 널뛰기 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급이 달리면 비싼 김치를 먹어야 하고, 채소 가격이 폭락하면 혈세로 보전해주는 근시안적 대책뿐이어서 소비자들만 골탕 먹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1만5,095㏊)와 무(7,532㏊)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두 작물 모두 전년 대비 재배면적이 각각 12.6%와 10.3%씩 증가했다.
면적이 늘어난 건 지난해 배추ㆍ무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배추의 경우 지난해 11, 12월 평균 가격(㎏당 951원ㆍ도매가격)이 2011년(339원) 동기보다 180.5%나 치솟는 '배추 파동'이 있었다. 가을 무도 11, 12월 도매가격(상품)이 ㎏당 429원으로 전년(328원)보다 130.8% 나 상승했었다.
농민들은 지난해 같은 '대박'을 기대하고 배추 무 재배를 늘렸지만 올해는 공급 과다로 인한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공산품과 달리 농작물은 공급량이 수요량을 10%만 초과해도 가격은 30% 이상 떨어진다"며 "공급 초과에 따른 가격 급락에 대비, 배추를 최대 8만톤 수매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무 배추의 가격 널뛰기가 2010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데도 당국은 소극적 사후대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배추의 경우 2010년 재배면적이 1만3,540㏊에 머물러 도매가격(1,063원/㎏)이 2009년의 3배까지 치솟자, 2011년에는 재배면적이 30%나 늘어나서 가격은 3분의1 수준 하락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올해에는 사전에 적정 재배를 권유했으나, 일부 농민들이'당국 말을 들으면 손해 본다'며 면적을 크게 늘렸다"고 책임은 농민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런 "이런 행태의 배후에는 최악의 경우에도 정치권이 나서 혈세를 동원해 손실을 메워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 표를 생각해 번번히 농민 손실을 보전해주는 정치인들 때문에 농민들이 당국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정치권의 쌀 직불금 인상 논의 역시 일부 농민들을 위해 다른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산지 가격이 목표치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현재 17만5,000원(80㎏ 기준) 가량인 목표 가격을 최대 19만5,00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목표 가격을 인상하는데 따른 추가보조금은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농식품부 추산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목표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와 상관없이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시중 가격은 더 하락하고 혈세로 투입되는 보조금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