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를 빼낸다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핵연료 저장 수조 내부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데다 아직 핵연료가 완전히 식지도 않아 반출 과정에서 더 큰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향후 폐로하려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사용후핵연료를 이 수조에서 저 수조로 옮기는 건 일상적인 원전에서도 진행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주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봉의 손상 가능성 때문이다. 2011년 사고 당시 폭발력이 콘크리트 건물이 부서질 만큼 엄청났던 탓에 그 충격파가 위아래 모든 방향으로 퍼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로도 충격파가 전해졌을 거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물은 공기보다 충격파를 전달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 과정에서 물 속에 저장돼 있던 사용후핵연료봉 일부가 적잖이 손상됐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손상된 사용후핵연료봉을 들어올리거나 운반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나 기계의 오작동이 발생하면 핵연료봉에 들어 있던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빠져나올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용후핵연료봉을 꺼낼 때 연료봉을 덮고 있는 두께 1mm 이하의 얇은 피복관이 손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 교수는 "핵연료봉은 적어도 5년은 식혀야 한다"며 "지금은 핵연료봉을 꺼내기보다 추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건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게 더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사용후핵연료봉을 언제까지 지금 상태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반출을 시작하는 게 낫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방인철 울산과기대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만약 사용후핵연료가 파손됐다면 가장 먼저 배출되는 건 방사성 가스일 텐데, 3년 정도 지났으니 이미 대기 중으로 대부분 빠져 나와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두면 냉각을 위해 계속 물을 부어주기 때문에 오염수를 추가로 만드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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