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 나갈 것"이라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묻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적 의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법부의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밝혀왔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발언에서 나타나듯 국정의 포괄적 책임자로서 여전히 명확한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 수사 과정에서 누차 제기된 정권의 수사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 가는 것은 책임회피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강조한 만큼 국정원 수사는 가속도가 붙게 됐다. 마침 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내역을 추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국정원의 댓글 작성과 트위터 글 작성 및 재전송 행위가 하나의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동안 대북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던 국정원과 여권의 논리가 궁색해지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유지가 탄력을 받게 됐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신속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돼 대검 감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더 이상 내부 분란에 휘말리지 말고 국정원 수사에 더욱 고삐를 죄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 공소사실을 확인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트위터 계정과 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국정원도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선거에 더 이상 국가기관이 개입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은 국정원 대선 개입의 전모를 파헤쳐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데 힘을 모으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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