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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1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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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1일] 사랑

입력
2013.10.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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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울었던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상처받는 걸 본능적으로 꺼리는 내 마음이 지레 물기가 없는 쪽으로만 움직였던 모양이다. 안쓰럽긴 하지만 나는, 내가 쳐놓은 보호색이 썩 마음에 들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래서 내 삶은 맑고 풍요로웠나. 최근에 나는 사랑이란, 상대방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연민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 말고는 사랑을 설명할 다른 논리를 알지 못한다. 연민 없는 자들의 사랑은, 비유가 올바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불티 같은 것이 아닐까. 불티끼리 마주쳐 나누는 사랑은 밝고 깔끔할지는 모르지만, 사랑의 원형에 대해 그 어떤 은유나 상상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함부로 술을 마시며 수없이 주고받은 농담들, 그러니까 그 독한 광가난무와 음담패설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혹은 다가오는 사랑을 떨쳐내기 위한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햇볕이 조금 눅눅한 느낌이 든다.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속삭이는 공원에 비둘기가 날고 있다. 비둘기가 가볍게 날아오르는 오후 다섯 시가 되면 내겐 어김없이 편두통이 찾아온다. 기차처럼 맹렬하게 내가 다시 울 때에야, 이 미심쩍은 두통은 내 몸을 놓아줄까. 알 수 없는 미지가 가득해 이 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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