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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비율만큼 여성 간부도 늘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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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비율만큼 여성 간부도 늘려야죠"

입력
2013.10.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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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청 106주년을 맞는 서울본부세관은 관세청 산하 지역 세관 중에서 여성 직원 비율(41.4%)이 가장 높다. 하지만 5급 이상 사무관 중 여성 비율은 5%에 그친다. 육아 병행 등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시기에 승진을 못 하는 경우도 많지만 "거친 일이 많은 세관 업무는 남성에게 적당하다"는 선입견도 작용했다.

하지만 올 4월 부임한 정재열(사진) 세관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여직원 워크숍 및 리더십 교육 등 다른 기업에서 이미 도입한 것도 있지만 ▦주요 부서(감사ㆍ인사ㆍ국서무) 여직원 비율 확대 ▦여성간부 비율이 여직원 비율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 우대 ▦유연근무 및 보육지원제도 활용 시 동료 직원의 업무가중 예방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눈에 띈다.

관세청 개청 이래 최초의 내부 승진 여성 사무관이 2003년에야 처음 탄생했을 정도로 세관은 남성중심문화가 강한 곳. 그런데 1983년(행시 26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관세청에서만 일했던 정 세관장이 이렇게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한 배경이 궁금했다. 답은 '맞벌이'다.

정 세관장은 "집안일이나 육아엔 무관심하고 회사에만 신경 쓰는 전형적인 한국 남자라 교사인 아내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여성 직원들을 보며 그간 아내가 나한테 말했던 여러 가지 불만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뒤늦게 빛을 발하는' 여성 직원들의 근면성도 눈에 띄었다. 정 세관장은 "남성 직원들은 승진에 민감하기 때문에 30, 40대 초반에 열심히 일하다가도 일단 승진에서 누락되면 열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 직원들은 자녀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쯤인 40, 50대에 오히려 업무 열정이 더 생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직원들이 각자의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이런 깨달음은 오랫동안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얻었다. 최근 3개월여간 직원들과 함께 한 '서울 둘레길 탐방'도 보통 1~1년 반이면 끝나는 짧은 세관장의 임기 내에 더 많은 직원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정 세관장은 "모두 10차례에 걸친 걷기 행사에서 서울세관 직원 500여명 중 250여명을 만났다"고 했다. "원하는 사람만 매회 50여명 정도씩 참여하는 자발적인 행사였는데, 동료들과 서로 친해지는 계기로 삼는 서울세관만의 조직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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