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나빠도 청취만큼은 제법 하는 사람들이 있다. 관련 문헌과 다수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외국어 말하기 능력과 청취 능력 간엔 그다지 상관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네덜란드, 독일은 물론이고 한국인 가운데에도 말하기 실력은 별 볼일이 없지만 청취력이 탁월한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사실은 스피킹을 잘 못해도 훈련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청취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론과 연구결과는 대체로 1990년대의 트렌드였다.
최근에는 리스닝은 수동 기능이 아니라 능동 기능에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 가장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즉 청취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훌륭한 말하기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취는 언어 습득을 위한 1차적 절차이고, 올바른 대화와 토론을 위해선 말하기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청취 능력과 말하기 능력을 모두 적극적으로 습득해야 제대로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미국 대학으로 1년 동안 연수를 오는 방문 학자(visiting fellow)들은 “청취는 곧잘 되는데 말하기가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말하기를 잘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종종 부탁한다. 한 미국인 교수는 이런 요청을 받고 “Just say something to open your mouth.”(그냥 아무 말이나 한 마디 해보세요, 그러면 입이 열리겠죠.) 라고 농담조의 대답을 해줬다.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말하기는 경험이나 습관으로 얻어지는 능력이지 결코 지식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머릿속에서 뱅뱅 도는데 말이 안 나오는 것은 ‘미완성된 지식’이거나 ‘미숙한 훈련’ 때문이라고 한다. 이 미국인 교수가 권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지 원어만을 골라 Original, Authentic English를 접하도록 해야 한다. TV 등에서 방송하는 News, Debate, Lecture, Speech, Drama, Interview 등을 자주 접해 충분히 입력(input)하고, 반드시 음성화 작업(소리 내어 읽기, 듣기 훈련 등)을 많이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흉내 내고 연습해야 한다. 청취 연습 4회보다 말하기 연습 1시간이 더 효과가 크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출력(Output)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청취 능력도 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일정하게 하루 20분씩이라도 소리 내어 원어를 낭독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수준보다 쉬운 텍스트를 구해서 먼저 익히고 나중에 소리 내는 연습을 한다면 4, 5개월 지난 후 소위 연음 때문에 청취가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청취는 역설적으로 말하기 연습을 하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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