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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기] 소외감에 두 번 우는 유방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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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기] 소외감에 두 번 우는 유방암 환자들

입력
2013.10.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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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학병원이 "1989~2008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1만1,215명을 추적한 결과 1989~1992년 72%였던 5년 생존율이 2003~20008년 92.3%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조기검진 활성화, 수술법과 항암제 발달 덕분이라고 의료진은 분석했다.

영화 '그리스'의 주인공 올리비아 뉴튼존, 연극배우 이주실 등 국내외 유명인들의 유방암 극복기와 함께 이런 통계들이 알려지면서 "유방암은 완치 가능한 암"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유방암의 5년 생존율(91%, 2006~2010년)은 미국(88.9%, 2002~2008년), 캐나다(88%, 2004~2006년), 일본(85.5%, 1997~1999년) 등 선진국보다 앞서 있기도 하다.

그러나 완치됐거나 5년 넘게 생존한 대부분은 조기에 발견된 경우다. 재발하거나 전이된 '진행성 유방암'은 조기 유방암과 달리 치료가 어렵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재발률은 20~30%고, 재발한 환자의 70.9%가 수술 후 3년 안에, 92%는 5년 안에 재발한다. 진행성 유방암은 유방 안에서만 전이된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이 5년 이하,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경우 기대 수명이 1~3년에 불과하다. 국내 진행성 유방암 환자는 약 7,800명으로 지난해 조기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약 1만6,400명)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들의 치료 목적은 '완치'가 아니라 여전히 '생존 기간 연장'인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몇 보험사들은 유방암을 일반암이 아닌 소액암으로 분류해 지원 금액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거나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는 최신 치료제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성장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이 많은 항암치료 시작을 늦출 수 있는 약이 최근 허가를 받았지만 너무 비싸 쓰기 어렵다.

10월 '유방암의 달'을 맞아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완치 가능성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이런 캠페인이 그저 야속할 뿐이다. 실제로 미국과 브라질, 독일, 홍콩을 포함한 12개국 1,300여 명의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이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립암센터 노정실(내과 전문의) 임상세험센터장은 "심리적으로 더 큰 좌절을 경험한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생존율 90% 이상은 모든 유방암에 대한 수치가 아니다. 보편적 인식에서 벗어난 환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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