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3회말이 끝난 후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가운 얼굴을 발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역시 딸과 함께 경기장을 방문한 박진원 두산 사장이었다. 1968년생 동갑내기 재벌 총수간의 훈훈한 만남이었다. 이날 두산은 구단주인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총출동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것 역시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정상에서 만난 두 팀의 치열한 대결만큼 그룹의 야구 사랑도 유별났다. 귀빈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관중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 보는 것으로 유명한 박용만 회장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애용자다. 지난 28일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 후 삼성과 대결을 재미있는 일화로 풀어 트위터에 공개했다. 박 회장은 "부산서 수녀님이 아이들 옷이 모자란다고 하셔서 부탁했더니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이 흔쾌히 작년보다 더 많은 옷을 준다고 했는데 난 감사의 표시로 야구를 이겨버렸으니 참"이라며 삼성을 이긴 기쁨을 에둘러 표현했다. 3차전에선 두산 2루수 오재원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자 "제발 다치지들 말고 야구해라"며 소속 선수들을 걱정했다. 선수들과도 대화를 주고 받을 만큼 친숙하다. 박 회장은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 때도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야구장으로 직행하기도 했다. 기업 오너들의 야구 관람은 서민들과 소통하고 인간미 넘치는 경영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의 열혈 팬이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야구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 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사장 등과 함께 현장을 찾았고, 승리하자 선수단에 직접 축하 인사와 함께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다.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기에 앞서 보너스를 선불로 돌린 셈이다. 국내 최고 기업답게 이 부회장의 야구단 지원은 이렇듯 화끈하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주라는 '특명'을 내렸으며 간혹 경기장을 찾아 즉석에서 깜짝 선물을 베풀기도 한다. 2011년 정규시즌 경기에 예고 없이 방문해 선수들에게 태블릿 PC 50대를 나눠줬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직관'을 하는 날이면 삼성이 승리한다고 해 이 부회장은 승리의 아이콘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두산 오너 일가는 야구 열정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최고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정규시즌 거의 전 경기를 관전하고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회장, 구단주인 박정원 회장 등이 돌아가면서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야구를 이해하는 오너 일가 덕분에 야구단의 수장인 김승영 사장도 관리에 큰 힘을 얻고 있다.
승패를 초월한 삼성과 그룹 오너들의 야구 사랑은 프로야구 인기의 큰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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