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선 불공정성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잇단 행보에 부글거리고 있다. 문 의원에 대한 공세는 새누리당이 맡고 있긴 하지만, 청와대도 문 의원의 언행이 정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한 모습이다.
문 의원이 지난 28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것이 여권을 자극한 직접적 계기가 된 모양새다. 문 의원은 당일 법정에 들어오기 전 기자들과 만나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용을 보이고,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는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옹졸한 처사"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안 시인은 대선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도둑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안 시인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으나, 재판부는 일부 의견이 다르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문 의원이 정치재판으로 몰아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대선 후보의 품격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청와대는 국정원 사건 등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 모드를 유지하면서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 기류는 새누리당 이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박 후보를 도둑으로 모는 모욕적인 일을 계속 했는데, 그걸 당연시하며 현장까지 내려가 응원하는 게 맞는 것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 의원이 23일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박 대통령은 수혜자"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이후 대선 불복성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시각이다. 이 같은 여권의 반발에는 대선 당시 48%의 득표율을 올린 문 의원이 국정원 사건을 통해 야권 지지자를 재규합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깔려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