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또 다시 둥투(東突)의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 둥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중국식 표기다. 지난해 2월 터키를 방문한 시 주석의 사진을 태운 단체다. 28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도 이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공안 당국은 전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위구르인 7명의 이름과 신체 특징, 차량 번호 등을 숙박 시설에 통지하고 수배령을 내렸다. 공안 당국은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류커'라는 이름을 쓰는 21세 한족 남성도 함께 추적하고 있다. 교도통신도 이날 용의자들이 동투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위구르인들은 1932~33년, 1944~49년 두 차례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1949년 다시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됐고 이후 ETIM을 중심으로 무장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ETIM은 중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달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둥투에 공동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접한 키르기스스탄은 ETIM의 주요 활동무대 중 하나다. 국제 공조를 통해 둥투를 뿌리뽑겠다는 것이 시 주석의 구상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으로 있던 지난해 2월 터키를 방문했을 때도 "둥투는 중국의 안전과 안정, 핵심 이익을 해치는 세력"이라며 둥투의 활동을 단속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위구르인 60여명은 그가 머물던 호텔 앞에서 옛 동투르키스탄의 국기를 흔들고 그의 대형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용의자 수색 및 검거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톈안먼 광장의 경계도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중국 언론에는 극히 제한된 보도만 나오고 있다.
대만의 인권 단체인 '위구르의 친구들'은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한족 우월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위구르인 억압과 착취를 계속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망명 위구르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WUC)를 이끄는 레비야 카디르는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이번 사건을 조작, 위구르인을 탄압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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