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등급 계열사 채권에 대한 광범위한 불완전판매로 지탄을 받고 있는 동양증권이 감독당국의 잇단 지시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녹취 파일을 제공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일부 직원의 경우 녹취록 제공은 물론 단순 청취도 거부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동양증권 끝까지 거부하더라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동양 회사채ㆍ기업어음(CP) 피해자들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피해자들의 녹취파일 제공 요구를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녹취록 제공이 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29일 보내 온 후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파일을 제공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면서 "파일을 제공하게 되면 인터넷에 올리거나 위ㆍ변조 가능성도 있고 직원들의 개인정보 노출,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다 검토한 뒤에 제공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파일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없었고, 금융당국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파일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증권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양증권이 파일제공뿐 아니라 단순한 청취조차 막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이런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많은 피해자들이 지점에 가서 판매 시점의 녹취록을 듣지 못한 상태다.
피해자 A씨는 "23일 녹취록을 들어보겠다고 신청했는데 금융위가 녹취파일을 제공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29일에서야 직원으로부터 30일 5시30분에 지점장실에서 들으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그런데 정작 당일이 되니 '간밤에 본사에서 금융위 유권해석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공문이 왔다'면서 직원이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100% 안 주겠다고 거부하는 게 아니라 아직 내부에서 검토중인 걸로 알고 있다"면서 "끝까지 거부할 경우 제재심의위원회 등에 상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현재 규정상 '제공 거부'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규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현재 법 상에서 자료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별도 제재를 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끝까지 하지 않을 경우에 금융투자사업자에게 조치할 수 있는 제재사항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동양증권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B씨는 "9월30일부터 동양증권에 녹취를 들어보겠다고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직원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금융위, 금감원에 문의하니 '청취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동양증권이 지시를 안 따르더라도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며 답답해 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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