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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31일] 인터넷 중독을 방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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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31일] 인터넷 중독을 방치한다면

입력
2013.10.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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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훈(가명)이는 중학교 3학년이다. 학교에서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멍하니 앉아 있다. 친구와 잘 놀지도 않는다.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하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이다. 조금이라도 야단을 치면 대들기 때문에 교사들도 내버려 둔다. 학교를 마친 후 집으로 가면 컴퓨터를 켜고 밤 늦도록 인터넷 게임을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이혼한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밤 늦게야 집에 온다.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은 한 부모, 맞벌이, 다문화, 저소득층 가정 등 취약계층에 많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부모가 집에 없는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제대로 돌보거나 지도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청소년의 10.7%가 인터넷 중독자이며 종훈이처럼 정도가 심각한 고위험군 환자는 2.7%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 환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인터넷 중독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인터넷 중독은 게임, 쇼핑, 웹서핑, 음란물 중독 등 여러 형태가 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에 빠진 인간의 뇌는 알코올, 마약, 도박 등에 빠진 사람과 같이 뇌의 일정 부분에 각인이 되고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도박에 빠진 사람이 모든 재산을 다 날리고도 도박을 계속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터넷 중독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한 중학생이 컴퓨터 게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몇 년 전에는 미국의 한 주립대학교를 중퇴한 청년이 이웃 주민을 아무런 이유 없이 찔러 죽였다. 전날 밤까지 게임을 하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제일 처음 본 사람을 죽이겠다"며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나와 지나가는 주민을 흉기로 찌른 것이다. 게임중독자들에게는 인터넷상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인터넷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여러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예방교육을 하고, 전문상담사가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치료를 하며, 학교에서 인터넷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자기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에서 'TV, 인터넷, 비디오 없는 날'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인터넷 게임서비스 등을 법적으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 주도로 통신업체 등의 민관기관과 협력하여 인터넷 중독자들을 위한 치료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와 같이 보다 강력한 국가차원의 예방과 치유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인터넷 중독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함께 언론, 일반 회사 및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평생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온 김진홍 목사는 최근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을 전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숲속 창의력 학교'를 설립하였다. 다른 교회나 천주교, 그리고 불교단체 등도 이러한 일에 앞장서야 한다.

언론에서도 인터넷 중독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하며, 특히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큰 돈을 번 통신이나 게임업체의 노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부나 종교단체 등은 무엇보다 취약 계층 학생들을 위한 예방과 치유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부모가 돌보기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은 정부와 종교단체의 핵심적인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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