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북한의 핵실험 등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지원 중단을 통해 북한을 경고하겠다는 의도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학교에 대한 지원만큼은 지속돼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는 조선학교 3곳에 대한 금년도 보조금 250만여엔(2,71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최근 시가 '국제 정세상 취지에 반한다고 시장이 인정한 학교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사립외국인학교보조금 교부조항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1990년대부터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해온 요코하마시가 보조금 중단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하야시 후미코(林文子) 요코하마 시장은 "(북한이) 납치와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로써 가나가와현 내 요코하마시 3곳, 가와사키시 2곳 등 조선학교 5곳은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가와사키시는 조선학교의 금년도 보조금 840만엔을 올해 초 신청했으나 가나가와현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예산 반영을 보류했다. 사이타마현도 같은 이유로 올해 초 조선학교 한 곳에 900만엔의 보조금 지급을 보류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도쿄도, 오사카부, 미야기현, 지바현 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조선학교 보조금 지급을 미룬 바 있다.
이들 지자체는 조선학교가 여전히 친북한 성향의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일본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가운데 북한식 교육을 받는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조선학교와 북한의 관계가 예전만큼 긴밀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과 조총련의 지원으로 조선학교가 건립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지원이 끊긴 지 오래고 본부 건물 매각을 앞둔 조총련 역시 조선학교 지원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는 조총련 계열이 아닌 한국 국적 자녀도 적지 않아 지원이 중단되면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변호사회와 시민단체들은 "조선학교의 보조금 문제는 북한과의 관계보다는 다문화ㆍ다언어 교육을 받을 학생들의 권리와 학교 관계자의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 중단 재고를 촉구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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