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내년 이후 주한미군에게 지급할 방위비분담금을 정하기 위해 30일 서울에서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31일까지 예정된 이번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방침이지만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 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또 자칫 졸속 협상에 따른 퍼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정부는 연말까지 시간을 두고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 7월 이후 매달 만나 5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방위비분담금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거나 사용되지 않은 돈을 미 측이 쌓아놓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특히 우리 국회의 압박이 심하다. 실제 한미 양국이 1991년 특별협정을 체결한 이후 우리측이 지불한 분담금 중에 미집행액 7,380억원이 미국 지방은행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상당한 이자수익까지 발생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분담금 사용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분담금 총액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지난 정부 때의 협상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측은 기존과 같이 총액 기준으로 분담금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분담금 사용내역을 공개하기 싫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측은 2004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합의 당시 전방의 주한 미2사단 이전비용에 대해 분담금에서 전용할 수 있도록 양해가 있었다며 투명성을 강조하는 우리측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분담금 총액 차이도 크다. 우리측은 올해 수준인 8,695억원 플러스 알파 정도를 고려하는 반면, 미측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0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또 협상 유효기간도 우리측은 주한미군 기지이전사업이 완료되는 2016년까지 3년 단기를 선호하지만, 미측은 관행대로 5년 장기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연도별 인상률을 놓고 정부는 현행 협정과 비슷한 수준(소비자 물가지수 최대 4% 이내)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최대 4%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는 돈을 내는 처지인 만큼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섣부른 절충보다는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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