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에서 28일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이 테러로 확인됐다고 관영 CCTV 등 중국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톈안먼으로 돌진한 차량 안에서 쇠몽둥이와 장도, 휘발유통, '성전' 이란 문구가 담긴 깃발 등이 발견됨에 따라 이번 사건을 테러로 확정했다.
차량 안에서 숨진 3명이 일가족이란 사실도 확인했다. 공안당국은 "숨진 용의자 우스만 아이산과 그의 아내, 모친이 차를 몰고 의도적으로 톈안먼 앞 인도로 돌진해 관광객들을 들이받았으며 차 안 휘발유통에 불을 붙여 폭발사고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또 신장 지역 공안기관과 협조해 도주하던 위장산 우쉬얼 등 공모 용의자 5명을 사건 발생 10시간 만에 체포했다. 위장산 우쉬얼은 공안조사에서 "숨진 용의자들과 아는 사이며 테러를 공모했다"고 실토했지만, "우스만 아이산이 실제로 베이징에서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베이징 공안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위구르인 7명의 이름과 신체 특징, 차량 번호 등을 29일 숙박 시설에 통지하고 수배령을 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공안 당국은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류커'라는 이름의 21세 한족 남성도 추적하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전'이라고 적힌 깃발이 발견된 점을 볼 때 신장 위구르독립운동 세력 및 이슬람 독립운동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또 둥투(東突)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둥투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중국식 표기다. 지난해 2월 터키를 방문한 시 주석의 사진을 불태운 단체다. 교도통신도 이날 용의자들이 동투와 관련됐다고 전했다.
위구르인들은 1932~33년, 1944~49년 두 차례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1949년 다시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됐고, 이후 ETIM을 중심으로 무장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ETIM은 중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시 주석은 지난달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둥투에 공동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접한 키르기스스탄은 ETIM의 주요 활동무대다. 국제 공조를 통해 둥투를 뿌리뽑겠다는 것이 시 주석의 구상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이던 지난해 2월 터키 방문 때도 "둥투는 중국의 안전과 안정, 핵심 이익을 해치는 세력"이라며 둥투 활동 단속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위구르인 60여명은 그가 머물던 호텔 앞에서 옛 동투르키스탄의 국기를 흔들고 그의 대형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용의자 수색 및 검거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톈안먼 광장의 경계도 대폭 강화됐다. 대만 인권단체 '위구르의 친구들'은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한족 우월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위구르인 억압과 착취를 계속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망명 위구르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WUC)를 이끄는 레비야 카디르는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이번 사건을 조작, 위구르인을 탄압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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