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보건복지부가 그제 입법 예고했다. 국회 심의절차 등을 감안하면 2015년 하반기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자는 원격진료가 갖는 의학적 위험을 고려해 대상을 만성질환자나 정신질환자 등 재진환자로 제한하고, 의료기관도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거동이 어려운 노인ㆍ장애인과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ㆍ벽지 환자는 초진도 가능하게 했고, 수술 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나 군ㆍ교도소 등 특수지역 환자는 병원급에서도 재진이나 초진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원격진료는 환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IT와 의료ㆍ바이오 기술이 융합하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국가적 과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10여 년 전부터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원격진료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6년 30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우리는 IT 강국임에도 의료의 상업화 주장에 밀려 25년째 시범사업만 하면서 이런 흐름에 뒤처져 있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가 안고 있는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격진료로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해 동네병원이 고사할 수 있고 이는 의료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비용도 문제다. 환자는 혈당이나 혈압 등을 직접 측정해서 정보를 의사에게 보내야 하는데, 측정기기나 전송장치인 게이트웨이 구입비만도 100만원 가까이 든다. 서버 등 고가의 원격진료 장비를 선뜻 구비할 수 있는 동네의원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오진이나 과실 등 원격진료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원격진료가 의원-병원-종합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려 결국 대형병원만 살찌우는 지극히 산업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가 미래창조과학부 등 산업관련 부처의 논리에 밀렸다는 비판도 있다. 원격진료를 추진하는 것은 좋으나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보완책 마련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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