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중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3위원회에서 중간보고에서 "한국, 일본, 태국, 영국에서 만난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원회의 그간 활동을 종합할 때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다만 내년 3월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북한에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공식 결론은 유보하겠다"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중국과 북한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중국 입국을 이미 신청해 놓았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행위의 문제점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커비 위원장은 보고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침해 책임자 및 기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문제와 관련해 "아직은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북한의 인권 침해와 유사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전례에 따를 경우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물어 북한의 지도자급 인사를 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제소에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며 제소 여부는 최종 보고서가 채택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커비 위원장은 "35년 판사 경력을 통해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보고 들었지만 북한 인권 조사 과정만큼 눈물을 쏟게 하는 증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탄압을 피해 탈출한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고 그들의 진술이 조사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탈북 여성들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탈북 여성은 중국에 도착한 뒤 강제로 결혼하거나 인신매매조직 등에 넘겨지는 고통을 당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커비 위원장의 이날 보고는 약 1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 대표는 "위원회의 임무와 활동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엔이 있지도 않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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