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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연기에 배고픈 아이돌 "내 안에 할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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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연기에 배고픈 아이돌 "내 안에 할배 있다"

입력
2013.10.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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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남파간첩이 주인공이다. 남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가다 죽임을 당한 '배신자' 아버지를 둔 죄로 살인 기술자가 된 인물이다. 북한 내부 권력 투쟁의 여파로 위장 탈북한 주인공은 서울에서 낮에는 강대호라는 고등학생으로, 밤에는 리명훈이라는 킬러로 살아간다. 북에 남은 유일한 피붙이 여동생을 위한 스무 살 청년의 극단적인 이중생활은 피에 젖은 파국을 예고한다. 처절한 사연이 이어지고, 격한 몸싸움이 오가는 영화 '동창생'의 중심 인물 리명훈은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탑(이하 최승현)이 연기했다.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포화 속으로')으로 인상적인 영화 데뷔식을 치렀던 최승현은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도 말보다 몸을 앞세우는 연기에 힘을 쏟았다. 학도병과 남파간첩이라는 극단적인 역할인데도 오장범과 리명훈은 닮았다. 시대가 떠맡긴 삶의 무게를 이겨내려는 청춘들의 몸부림은 최승현의 뜨거운 눈빛을 거쳐 스크린에 투영된다. '동창생'의 다소 어수선한 이야기 전개는 최승현의 몸짓으로 설득력을 얻는다. "어려서부터 진지한 연기를 진지한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는 최승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너무 많이 (말을)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는 그를 30일 낮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짙은 화장을 하고 얼굴을 마주했다. 국밥을 말아먹던 영화 속 리명훈보다 흩어지는 조명 아래 몸을 흔들던 톱에 가까웠다.

최승현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 마음이 끌렸다"고 밝혔다. 당초 "'동창생'이라는 제목 때문에 학원물 정도로 생각해 시나리오만 받아놓았던" 그는 "주변의 강권으로 읽고 난 뒤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특수요원의 화려한 무술을 선보여야 했기에 "4,5개월 가량 하루 4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찔한 액션 장면들이 쏟아지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는 "촬영 중 여러 번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상처"라며 오른 손등 위에 붉게 도드라진,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말굽 모양의 흉터를 보여줬다(이 흉터는 영화 속에서도 가끔 눈에 띈다). "살점이 들려서 접합수술을 했다"고 말했고, "영화 속 약국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의 피는 바로 제 것"이라고 덧붙였다.

촬영 기간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 빅뱅의 해외 공연 일정이 포개진 탓에 그는 "월화수목은 밤샘 촬영하고 금토일엔 무대에 오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격렬한 연기를 몸을 불태우듯 소화해서일까. 그는 "연기 중 얻은 영감을 반영한 전투적인 음악을 11월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생소한 음악이 될 것이고 뮤직비디오도 상당히 엽기적이어서 인상이 오래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날카로운 턱 선과 쫑긋 솟은 귀, 커다란 눈 등 국경을 초월한 외모를 지닌 그는 "단 한번도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제대로 하고 싶을 뿐"이라는 이유를 댔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할리우드에 무리해서 가기보다 이곳에서 제가 한 것들을 그들(외국인)이 찾아서 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느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와 달리 "인기에 영합해 TV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진지와 책임감 등 무게가 느껴지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린 이 청춘 스타는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궁금했다(그는 "내 안에 할배가 있다"고도 말했다). 의외로 "소설가였던 외조부(서근배)를 닮은 듯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열 두 살 때쯤부터 랩 가사 쓴다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런 점이 외할아버지와 비슷한 듯해요. 지금은 제가 많이 샤방샤방해진 거예요. 4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남길 글이 있어요. '명상으로 영혼을 살찌워라.' 스스로를 채찍질하라는 말로 들렸어요. 그 글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려는 듯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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