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달리 그 예를 발견할 수 없는 근원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특수한 피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국제법상 책임은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본 정부의 조속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박 소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가진 '여성 인권 침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1968년 유엔결의 제2391호는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한 죄의 경우 시효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장의 하버드 로스쿨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소장의 이번 발언은 한국 헌재 수장이 위안부 강제연행을 의도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내각을 비판하는 한편 위안부 문제의 국제법상 위법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소장은 로스쿨 교수ㆍ학생 등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베 정부가 여러 가지 역사적 증거로 확인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가 하면 고노 담화를 수정하자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우익들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놓고 잇따라 수정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박 소장은 한일 간 청구권 협정의 해석상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한 2011년 헌재 결정의 배경과 내용도 소개했다. 당시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청구권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됐는지 여부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박 소장은 "위안부 배상 문제가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에는 전혀 논의 되지 못했고, 1990년대 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이 공개 기자회견을 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어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정권의 인권침해를 사죄하고 금전적인 배상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특히 "독일은 1960년 프랑스와의 포괄협정으로 피해자에 대한 모든 청구권이 완결됐음에도 프랑스가 국내 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추가보상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생존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가 56명에 불과하고 모두 고령"이라며 "그것이 바로 일본의 신속한 피해 배상과 진솔한 사죄가 요구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인권은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자유는 스스로 발현되지 못한다'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세계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 모두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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