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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intage - an elegant variation (빈티지 용어의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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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intage - an elegant variation (빈티지 용어의 남용)

입력
2013.10.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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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들은 1982년이 ‘금세기 최고의 빈티지’라고 말한다. 이 말만 놓고 보면 vintage는 곧 year다. 본래 특정 해에 생산된 특정 와인을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지금은 용도가 확대되어 종류를 가리지 않고 ‘high-quality’의 뜻으로 쓴다. Vintage clothing, vintage dress 등은 ‘알아주는 의류’의 뜻으로 통하고, 결혼 예물 업체들은 ‘vintage rings’ ‘vintage wedding dresses’같은 용어로 언어적 치장을 한다.

이처럼 처음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jargon)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남용ㆍ오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불필요하게 남발되는 표현법’(elegant variation)이나 중복 과용(pleonasm)이다. 어법학자로 유명한 Henry Watson Fowler는 일찍이 이러한 미사여구나 현학적인 표현 의도를 ‘elegant variation’이라고 지적했다. 겉보기에는 ‘우아한 다양성’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똑같은 내용을 말만 바꿔서 교묘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천재 극작가 William Shakespeare의 표현 중에서도 중복 과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최상급 표현을 겹쳐서 ‘This was the most unkindest cut of all’이라고 썼다. 무료라는 표현을 ‘gratis and for nothing’으로 중복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Come get some FREE GIFTS’에서 gift는 말 자체에 무료로 주는 선물인데 그 앞에 불필요한 free가 첨가됐다. ‘We had tuna fish enough’에선 tuna(참치)에 생선이라는 fish가 불필요하게 덧붙여져 있다.

이런 표현은 단순히 repetition이어서가 아니라 독자에게 잘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지적을 받는다. 초대장을 보내면서 ‘회신 바랍니다’의 뜻으로 ‘R.S.V.P.’라는 용어를 자주 쓰는데 ‘Please RSVP’로 쓰는 사람이 있다. RSVP는 프랑스어로 ‘repondez s’il vous plait’의 약자인데 영어로 옮기면 ‘please respond’이다. Please를 연달아 두 번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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