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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섬 따라… 늪 따라… 두 바퀴로 만나는 만추 "조금만 천천히 가,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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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섬 따라… 늪 따라… 두 바퀴로 만나는 만추 "조금만 천천히 가, 가을아"

입력
2013.10.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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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좋은 때다. 츠르르르, 톱니에 체인이 감겨 구르는 부드러운 감촉의 금속음과 후우후우, 뼈마디에 붙은 전신의 근육이 기분 좋게 당겨지는 팽팽한 호흡. 그런 것들을 한결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늘한 바람, 투명한 공기, 물든 잎사귀, 윤기 있는 오후의 햇살… 빨래 건조대 겸 우산 거치대로 쓰고 있는 자전거가 있다면, 이번 주말 먼지 닦고, 튜브에 바람 넣고, 자동차 트렁크에 구겨 넣고 길을 나서보자. 지금 내 나라 국토는 자전거를 타러 떠나기 좋은 여행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두 바퀴로 만나는 늦가을 여행지' 다섯 곳을 골랐다.

두 바퀴로 달리는 물의 나라

'물의 나라' 화천을 자전거로 달려보자. 화천군이 만든 '산소길' 36㎞는 무척 호젓한 라이딩 코스이기도 하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아침이면 신비로운 분위기에 싸이는 코스. 출발점은 읍내 시외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대여소가 있으니 자전거를 갖고 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빌리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여 가능, 반납시간은 오후 5시. 대여료 1만원. 근데 자전거를 빌리면 화천에서 밥도 사먹고 물건도 살 수 있는 화천사랑상품권(1만원)을 준다. 사실상 공짜인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우선 붕어섬 쪽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 섬에 가면 공중에 매달린 줄을 타고 이동하는 하늘가르기, 카약 등을 즐길 수 있다. 붕어섬에서 연꽃단지까지는 약 8㎞,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나오면 미륵바위, 꺼먹다리(등록문화재 제110호), 딴산유원지 등이 10여㎞의 자전거길에 이어진다. 미륵바위 맞은 편엔 강물 위에 떠서 달릴 수 있는 '숲으로다리'가 있다. 자전거 여행과 함께 비수구미 트레킹, 파로호 유람선 여행, 평화의댐 탐방 등을 묶어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화천군 관광정보 (033)440-2575

바퀴살로 잇는 섬과 섬과 섬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신도, 시도, 모도는 겅중겅중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섬들이다. 아담한 크기의 세 섬이 연륙교로 이어져 있어 3~4시간이면 모두 돌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배에 자전거를 싣고 10분이면 도착. 반나절 코스의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출발점은 신도 선착장이다. 이곳에 옹진군에서 운영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맨몸으로 가도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시간에 2,000원. 근처의 식당에서도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세 섬 모두 왕복 2차선 도로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왕래하는 차가 많지 않아 커브만 조심하면 위험한 구간은 따로 없다. 추수를 마친 들녘과 아기자기한 집들의 풍경이 소담하고 아늑하다. 신도에서 시도로 넘어가는 길목, 다리 아래 갯벌의 풍경이 눈길을 끈다. 낚시꾼은 미끼를 갈아 끼우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게를 잡느라 분주하다. 모도 끄트머리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이 촬영된 곳. 초현실주의 작가 이일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돌아오는 길, 인천 차이나타운을 엮어 들러보는 하루 여행 코스를 짤 수 있다.

▲옹진군 북도면사무소 (032)899-3413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 선유도

선유도에는 자전거가 넘쳐난다. 민박집들이 저마다 자전거 대여점을 겸하고 있기 때문. 자기네 집에 묵는 손님에겐 1박 2일에 1만원, 당일치기 여행자에겐 1시간에 3,000원 정도 받고 빌려준다. 일단 빌렸다면 길치라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해수욕장 서쪽 상가 밀집 지역의 군산시정안내소(선착장에서 1㎞)만 기억하면 된다.

세 개의 자전거 코스가 개발돼 있다. A코스는 선유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장도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가장 인기. 총 3.7㎞로 다리 두 개를 건너고 낙조대, 장자도 포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북쪽 몽돌해수욕장까지 다녀오는 B코스는 4.7㎞, 다양한 해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C코스는 남동쪽 무녀도에 다녀오는 길이다. 모감주나무 군락지, 염전, 무녀도 포구를 돌아오는 4.3㎞다. 앞삼섬, 주삼섬, 장구도 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바다로 떨어지는 저녁 해가 일품.

장자도에 들어가면 어촌체험마을이 있다. 갓 잡은 생선을 빨래집게로 집어 말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면 다양한 별미가 기다리고 있다. 꽃게장백반, 아귀찜, 박대구이 등 토속음식과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짬뽕과 호떡 등이 군산시내에 가득하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 (063)472-4000 군산 관광안내소 (063)453-4986

느리고 고요하게 가을 늪을 달리다

창녕 우포늪은 '느리게 달리기'가 제격인 장소다. 비밀스러운 늪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발을 천천히 구르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 늪에 찾아온 철새들의 휴식을 방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걸어 가는 것보다 한 뼘만 더 빠르게, 그것이 우포늪에서 자전거를 탈 때의 권장속도다. 깊은 가을 우포늪은 그윽한 표정甄? 초록 융단 같았던 여름의 색을 걷고 지금 늪은 물억새의 빛으로 충만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갈대와 물억새의 잿빛 출렁임 너머 먹이를 찾아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철새의 날갯짓을 볼 수 있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에 대여소가 있다. 대여료는 2시간에 3,000원. 빌릴 때 코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생태 탐방로인 우포늪 생명길과 다소 중첩되기 때문에 철새뿐 아니라 도보 탐방객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도록 속도를 줄여야 한다. 1코스(1.3㎞)는 생태관에서 출발, 전망대와 쪽지벌까지 연결된다. 2코스(1.4㎞)는 대대제방을 따라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며 철새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길이다. 개인 자전거를 준비해 가면 2코스 끝에서 목포까지 가는 긴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우포늪 여행 뒤엔 수구레국밥과 송이닭탕 등 창녕의 먹거리를 기대해도 좋다.

▲우포늪 안내소 (055)530-1559

설악산 바위와 함께하는 낭만 라이딩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 바다인 듯 드넓게 펼쳐진 푸른 물결이 영랑호다. 8㎞에 이르는 호수 둘레를 따라 완만한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다. 호반을 따라 나무 그늘이 이어지고 호숫가 조망 쉼터가 있어 여유와 낭만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어린이나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초보자도 무리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을 만큼 길이 순하다. 단, 이 길은 속초 시민들이 사랑하는 산책로이기도 하니 보행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랑호카누경기장 앞과 영랑호리조트 안에 대여소가 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자그마한 포구마을 장사항을 둘러볼 수 있다. 오징어잡이가 성한 곳으로 바닷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을 바다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자전거에 자신이 있다면 바다를 왼쪽에 두고 장사항부터 남쪽으로 달려보자. 속초등대전망대와 동명항을 지나 아바이마을에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설악대교를 건너면 속초 해변으로 이어진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송 숲 사이로 달릴 수 있다. 속초 해변에서 외옹치를 거쳐 대포항에 이르는 길도 자전거를 타기에 불편이 없다. 대포항에선 다양한 회도 즐길 수 있다.

▲속초종합관광안내소 (033)639-2690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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