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내 또래로 보였던 그가 이상하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떠들었으니까. 말을 하면서 흐물흐물 웃기까지 했다. 그가 하는 말 중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었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있었다. 몇 명의 승객이 그의 옆 빈자리에 앉았다가 그의 장광설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갔다. 그들은 온전하지 않은 사내가 내심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책임지고 보호하고 싶은 의사가 조금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말 같겠지만 그를 보는 내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 한편으론 그를 연민하고 동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그가 몹시도 부러웠던 것이다. 나를 싫어하고 피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 내게 가진 사람들의 적의가 아무렇지 않다는 것. 그는 내게 없는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말, 칭찬과 힐난을 듣고 금세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우를 경험하면 자괴감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날 버스 안에서 그가 보여준 삶의 태도가 생각난다. 당신들이 증오하든 경멸하든 상관하지 않겠어! 나도 그와 같아서 다만 단 한번만이라도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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