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동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부산솔빛학교. 학교 정문을 들어서기 전 주변에 들어선 여러 종류의 공장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부산의 대표적 공장 밀집지역인 사상공업지역.
학교 정문 옆 도로에선 화물차와 트럭이 굉음을 내며 오갔고, 일부 공장에서 뿜는 연기가 파란 하늘을 일부 가렸다.
학교 담벼락은 바로 옆 고무제조공장과 거의 맞닿아 있어 식당 등 일부 공간에선 창문 밖으로 팔만 뻗어도 공장 벽을 짚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각 교실에선 휠체어를 탄 채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교실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출처를 알기 힘든 묘한 냄새가 미세하나마 계속 코로 스며들었다. 흡사 화학약품이나 고무장갑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다.
2003년 설립된 부산솔빛학교는 사상구와 북구에 거주하는 지적ㆍ지체장애 학생 143명의 초·중·고교 과정(14년)을 담당하고 있다.
이경숙 교장은 “당초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곳에 학교 터를 물색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부임한 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업이 가장 힘든 때는 여름철이다. 인근 공장의 악취 탓에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동철 교사는 “냄새가 많이 올라올 때는 창문을 열지 않고 공기청정기를 틀며 수업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교사들은 공기 청정기를 오래 틀어놓지 못한다. 청정기 대부분이 학교 설립 당시 설치된 것이어서 수업에 방해될 정도의 기계음을 내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그런대로 견딜 만 하지만 가끔씩 강한 악취가 진동할 때는 교사들도 힘들어할 때가 있다”며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장애아동들이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이런 악취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다”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012년 대기오염 측정 차량 운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솔빛학교는 동일고무벨트의 대기환경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부산 시내 15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생활체육시설과 공원, 실태조사가 요구된 학교들이 조사대상이었다.
0부터 500까지의 지수를 좋음, 보통, 민감군 영향, 나쁨, 매우 나쁨, 위험 등 6단계로 나눠 점수가 커질수록 대기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표기했다.
조사결과 민감군 영향 이상 지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점은 사상구 삼락중학교였고, 솔빛학교와 동일고무벨트가 그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민감군 영향’의 경우 환자 및 민감군에게 유해한 환경이 유발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했다.
부산시의 ‘2013년 상반기 생활환경 대기질 조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솔빛학교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0.024ppm으로 부산 평균(0.019ppm)보다 훨씬 높았다.
부산시의회 이경혜(새누리당 비례대표, 보사환경위원회) 의원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무려 14년 간 이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부산시교육청이 대책을 내 놓지 않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솔빛학교 측의 이전 건의도 없었고, 내부적으로도 아직 이전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문제점이 제기된 만큼 특수교육 담당부서 및 학교 지원부서가 함께 실태를 확인하고 이전 부분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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