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온 동생들은 잘 있나?"(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의 동향은 어때?) "햄버거집 사장이 문을 닫았다고 까칠하던데."(미국 국무장관이 이번에 안 온다고 해서 실망하고 있던데)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사용하는 음어(陰語)들이다. 주재국 등의 도ㆍ감청에 대비해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리 약속한 단어들을 사용해 대화하는 방식이다. 주요국 대사관에 파견된 외교관들의 음어 사용이 일상이긴 하지만 최근 미국 정보기관의 전방위적인 도ㆍ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부는 외교관들의 음어 사용 권장 등 보안 유지에 극도의 신경을 쓰고있다.
현지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가장 신경쓰는 보안은 통신보안이다. 유ㆍ무선 전화통화가 빈번하다 보니 이를 도ㆍ감청의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신 도ㆍ감청을 차단하는 비화폰이 있긴 하지만 통상 해당국 대사에게만 지급된다. 때문에 주요국 공관이나 북한 주민의 탈북 루트 등 국가간 첩보경쟁이 치열하고 정치ㆍ안보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휴대폰을 7, 8개씩 갖고 다니면서 감청을 피한다고 한다.
또 주재국 정부 관계자와는 가급적 전화 통화를 피하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비화팩스를 사용해 문서를 주고받는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외교관은 "전화 도중 '띠~'하는 소리가 나거나 딸깍 거리는 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십중팔구 감청 신호에 잡혔다는 의미다"며 "지위와 상관없이 해외에서 외교관의 전화통화는 모두가 감청 대상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대사관에 대한 시설보안도 중요하다. 일부 국가의 경우 도ㆍ감청을 위해 음파와 전자파를 탐지하는 장비까지 동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외교관은 "실내에서 대화를 할 때 미세하게 울리는 창문에다 레이저를 쏴 돌아오는 신호로 음파분석을 하고 컴퓨터 자판을 누를 때 발생하는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전자파 감지 장비를 동원하는 국가도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대부분 공관에는 창문에 떨림 방지 장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올 하반기 안에 주요국의 거점 재외공관 10여 곳에 최첨단 도ㆍ감청 방지시스템을 설치하고 해킹에 취약한 상용 메일 사용을 차단하는 등 위험요인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교관이 재외공관 부임에 앞서 이수하는 보안교육의 내용도 강화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국과 주고 받는 외교 전문의 경우는 별도의 장치를 통해 모두 암호화된 형태로 전송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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