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한 목소리로 국회에 조기 처리를 요구하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이다. 지난 8월말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간 간담회에서 SK그룹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과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당면 현안'으로 꼽았던 바로 그 법안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최근 이 법 통과의 시급성을 강조했을 정도다.
현행 외촉법은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증손회사를 두려면, 중간에 있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을 100% 보유해야만 한다. 따라서 증손회사의 경우 외국자본과 합작회사 설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곳은 SK그룹과 GS그룹이다. 지주회사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두 그룹은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증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것도 작은 규모가 아니라, 조 단위에 달하는 대단위투자다. 이 합작 투자를 성사시키려면 외촉법이 개정되어야 하는데, 합작투자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의무를 100%에서 50%로 낮춘 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투자가 마냥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의 경우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일본JX에너지와 공동투자를 통해 울산에 9,600억원 규모의 파라자일렌 공장(증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GS그룹 역시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가 일본 쇼와셀 및 타이요오일과 공동으로 1조원 규모를 투자해 전남 여수에 파라자일렌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파라자일렌이란 원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제품 원료. 페트병이나 합성섬유, 필름 등 생산에 쓰인다. 대표적 고부가가치제품이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석유화학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두 그룹 모두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이들 기업은 투자금액만 2조원에 달하고 직ㆍ간접 고용효과가 3만명에 달하는 대형 고부가가치 산업투자가 외촉법 개정지연 때문에 무산된다면 국가적으로나, 기업입장에서나 큰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파트너가 마냥 국내 입법절차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속한 법 통과를 요구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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