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를 할 의무를 지는 동시에 근로의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듯이 근로가 우리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요즈음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장애인의 고용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소외 받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사회가 그냥 부양만 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근로를 통해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방안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2011년 12월 기준으로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17.8%에 불과하고, 특히 사회 적응력이 부족한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더 떨어지는 수준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장애인고용을 위해 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중증장애인에 대해서까지 세심한 신경을 쓸만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사실 경증장애인의 경우 민간부문에 맡기고, 경쟁 원리가 적용되는 순수 민간부문에서는 대처하기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만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 공공영역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어서 관련 시스템을 조정ㆍ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장애인의 고용을 위해서 전반적인 장애고용의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고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당국에서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제도, 중증장애인 고용 시 2배 인정제도와 연계고용제도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특히, 연계고용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고용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연계고용의 경우 중증장애인이 일하는 표준사업장과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하면, 기업은 표준사업장이 고용한 장애인 수에 따라 고용부담금을 감면 받게 되는 결과여서, 실질적으로 표준사업장의 생산품이나 용역 제공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일반기업에서는 직무를 제공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을 장애인표준작업장에서 최저임금 이상의 조건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연계고용제도와 관련된 고시가 개정되었는데,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에게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음은 물론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오히려 개악(改惡)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연계고용으로 기업들이 고용부담금을 감면 받는 한도를 절반으로 제한하고, 거래의 월별 변동과 고용의 경직성 간의 차이를 완충하는 장치를 없애며, 연계고용을 연도 중간에 새로이 시작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계고용이 기업의 직접고용을 위축시킨다는 생각에서 그 혜택을 줄였다면, 그야말로 탁상행정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중증장애인 특히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의 직접 고용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하여 자폐성장애인 약 30명과 지적장애인 50명을 고용하여 그들에게 그 동안 기존의 어떤 보호작업장도 실현하지 못했던 최저임금의 지급을 하는 회사에 대하여는 더 이상의 고용을 어렵게 하고, 또 이와 같은 회사가 더 이상 생겨날 수 있는 뿌리를 원천적으로 틀어 막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자폐성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 등 특정 부문의 고용에 대해서는 국가도 하지 못하던 것을 연계고용을 통해 일부 해결해 내고 있는 민간부문의 실적을 격려하기는커녕 이를 실질적으로 방해하는 정책이 과연 현실적이고 제대로 된 정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의 고용 문제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 효율성 측면에서만 다루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의 결과로 빚어진 잘못된 개정은 시기를 놓치기 전에 원상복구 되어야 마땅하다.
김용직 변호사ㆍ전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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