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지도자 도청을 금지하는 등 정보 수집 활동의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고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전세계를 상대로 한 NSA의 무차별 사찰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정부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항의하기로 하고 프랑스와 브라질을 포함한 21개국은 무차별 감시를 규제하는 반스파이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키로 했다. 유럽연합(EU)과 미주기구(OAS) 역시 미국을 비난하는 등 미국의 사찰에 대한 전세계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의 외교ㆍ무역 기관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가 없으면 환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TTIP) 협상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여름 정보당국 브리핑을 통해 동맹국 정상 도청 사실을 처음 알았으며 이후 도청 프로그램의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우방이라도 범죄ㆍ테러ㆍ재래식 무기 확산 관련 정보와, 미국에 위협적 행위가 우려되는 국가의 수반에 대한 정보는 수집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 대통령 도청 여부를 묻는 한국 외교 당국의 질의에 "입장을 이해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국가 수반 도청은 엄중 사안이기 때문에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도청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은 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 논란이 되고 있는 2006년 35개국 정상에 대한 NSA 통신 도청 대상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미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참여정부 시절 미국은 한국에 제공한 정보가 북한으로 보내진다고 의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 "도청이 사실로 드러나면 유럽 국가들의 반응과 한미동맹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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