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기까지 평균 4시간이 걸려 생존율에 결정적인 '골든타임' 1시간을 한참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서울·강원 지역의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중증외상환자 9,668명을 분석한 결과 11.4%(1,105명)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11.4%(1,100명)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전원)해 22.8%가 처음 실려간 응급실에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외상환자란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추락·총상 등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가리키며, 이들에 대한 응급의료 실태가 구체적 수치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전원한 환자의 반 이상은 의료적 이유 때문이었다.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28.2%(310명), 중환자실 부족이 14.5%(159명), 응급수술·처치불가가 5.5%(61명), 병실부족 4.9%(54명) 등 53.1%가 이에 해당한다. 분초를 다투는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을 옮기느라 아까운 시간을 길에 버리는 셈이다.
특히 응급실에서 수술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입원한 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은 평균 242분으로, 통상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으로 일컫는 1시간을 크게 넘겼다. 골든타임이란 환자가 외상을 입은 후 적절한 초기 치료를 받을 때까지 시간을 가리키며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응급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았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있었던 중증외상 사망자 비율을 수치화한 '예방 가능 사망률'도 높았다. 2010년 기준 국내 주요 20개 응급의료기관의 사망 환자 446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 가능 사망률은 35.2%였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했다면 사망한 100명 중 35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미국 메릴랜드주의 예방 가능 사망률은 8~9%이고 선진국들은 높아도 2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증외상환자의 전문 치료 시설인 권역외상센터를 시·도별 1곳씩 전국에 17곳을 선정해 투자하고 있다"며 "예방 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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