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돌진 사건이 테러일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건이 주요 국가기관이 인접하고 1989년 유혈진압사태가 벌어져 정치적으로 민감한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발생한 데다, 독립을 원하는 소수민족과 연관되는 등 테러를 의심할만한 정황과 단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국매체 보쉰(博迅)은 29일 "사고 차량 탑승자 중 2명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인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공안은 사고를 낸 스포츠형다목적차량(SUV)에 탑승했다 숨진 3명 중 위쑤푸 우마이얼니야즈(43)와 위쑤푸 아이허푸티(25) 등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위구르인 농민으로 이슬람교도로 알려졌으나 어떤 관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장위구르는 격렬한 분리ㆍ독립 활동으로 주민과 경찰의 유혈 충돌이 자주 발생해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들은 민원을 제기하려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고 관련 당국으로부터 수차례 정신 개조 교육도 받았으나 불만을 계속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돌진 차량은 신장위구르 번호판을 달고 있었으며 또 다른 신장위구르 지역 번호판 3개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언론은 "사고 차량이 도로에서 갑자기 인도를 가로 질러 톈안먼으로 돌진해 사상자가 많았다"며 단순 사고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보쉰은 "생활고를 비관한 이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며 "현장을 미리 수차례 답사한 뒤 사건을 일으키기에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골라 행동으로 옮겼다"고 추정했다.
공안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범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베이징 공안 당국은 차량 폭발 사건 직후 숙박업소 등에 '1일 이후 업소 이용객 중 거동 수상자나 의심 차량 등을 즉시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전했다. 신문은 특히 "사고 당일 오전 현장 인근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행사에 참석했었다"면서 "당국이 이번 사건을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처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톈안먼 사건 발생 수시간 전에 유사한 차량 사건이 남부 쓰촨성에서도 발생했다. 쓰촨성 지역언론 사천재선(四川在線) 등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30분 쓰촨성 난충(南充)시에서 중형 버스 한 대가 난충시 중급인민법원과 경찰서 건물로 잇따라 돌진해 공안 2명이 다치고 경찰차 5대가 파손됐다. 공안 당국은 용의자 팡모(43)씨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팡씨는 난충시 운수기업 난윈(南運)집단 직원으로, 아내와 이혼하고 함께 살던 아들마저 5년 전 교통사고로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팡씨는 교통사고 가해자와 3년동안 소송을 벌여 10만여위안(약 1,800만원)을 위로금으로 받은 뒤 최근 술을 마시며 심리적으로 불안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은 팡씨가 아들을 잃은 뒤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법당국에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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