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길 현대정밀 대표는 산골 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엔 아이스크림과 풀빵을 팔아 번 돈으로 야간중학교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후 직업군인이 된 그는 1966년 첫 월급으로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이후 12년의 군 생활 동안 월급의 90%을 적금에 넣었다. 제대 후 그는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건설중장비 부품을 생산ㆍ납품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현대정밀은 지난해 매출액 275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매월 적금을 이어갔다. 올해로 34년째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통 큰 기부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1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5,000만원을 기부했고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전국 44번째로 가입했다. 작년에는 경남미래교육 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고 다문화 가정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2,000만원을 출연하는 등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영철학도 남다르다. 현대정밀은 청소직원과 사장실 비정규직의 정년이 없다. 오 대표는 사내복지기금 3억원을 조성해 직원들의 주택구입자금,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오 대표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0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행사에서 훈장 1명, 포장 3명, 대통령 표창 8명, 국무총리 표창 3명, 금융위원장 표창 74명 등 총 99명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이날 ‘저축왕’ 가운데는 광주의 한 시장에서 채소를 팔며 16년 동안 저축한 김남심씨와 농사일을 하면서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을 위해 중식을 제공해 온 충남 서천의 김완순씨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연예인 중에서는 배우 현빈, 한혜진씨가 대통령 표창을, 방송인 김혜영,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 가수 구하라씨가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금까지 저축이 목돈 마련과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 조달의 의미였다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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