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 방식의 혼재로 정치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므로 조정이 필요하다.”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장을 지낸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진단과 처방이다.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임철순)이 2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가량 코리아나호텔에서 ‘의회정치 쇄신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 교수는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뒤 의회는 강력한 합의제 민주주의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력한 대통령제여서 행정부 등 국가 전반은 다수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게다가 지역주의까지 겹치면서 갈등은 첨예화됐다. 정 교수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치, 검찰, 법원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개혁이 진행돼야 하는데 새 정부가 국가 어젠다를 부각시키지 못한데다 대선 공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 발언에 대한 면책 특권은 특권이 아니므로 유지해야 하지만 불체포 특권은 현대 사회에서는 특권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구분했다.
정 교수는 “지역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내각제 도입을 통해 영호남 연합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임종건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가 DJP연대를 추진할 때 내각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실현하지 못한 점으로 볼 때 개헌은 어렵다”면서 “지역 연합정부를 세우는 것보다는 충청권과 수도권에서도 대통령이 나오도록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사무차장을 지낸 유병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의 건의 내용을 꼼꼼히 설명한 뒤 “언론 보도 방향에 따라 국회 개혁의 실현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자들이 심층적으로 취재한 뒤 기사를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교수는 “17대 국회에 초선들이 대거 들어온 뒤 국회가 멋이 없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영성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개혁 과정에서 명분과 현실의 딜레마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언론은 명분을 중시해 의원 세비를 줄여야 한다고 쓰고 의원의 외국 방문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권장하되 음성적으로 조달하는 경우에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구 전 의원은 “의원들이 법으로 금지된 축ㆍ부의금을 실제로 내지 않을 경우 비난의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적정한 국회의원 숫자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김승웅 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은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 국회의원 수를 현재 300명에서 150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미국에선 주 의회가 대신 처리하는 안건도 많다”면서 “한국에서는 하원 200명, 상원 100~150명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내달 20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 정책’을 주제로 5차 세미나를 갖는다.
김광덕
선임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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