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 조선인 징용 노동자 명의의 통장 수만개를 보관중인 일본 유초은행(우편저금은행)이 통장 명의자에게 통장과 예금액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유초은행은 조선인 명의 우편저금과 통장 반환에 대한 입장에 대해 "일반론으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계기로 조선인 징용 노동자에 대한 보상문제는 마무리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하지만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전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8월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강제 징용자) 개인의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 한 기록이 있어 향후 통장 및 예금액 반환을 두고 법적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유초은행은 통장이라도 명의자에게 돌려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소유권을 변호사와 상담중"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편저금 계좌가 지금도 남아있는지, 총잔고 액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계좌가 폐쇄되지 않았다면 저금 잔고는 이자와 함께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초은행 후쿠오카(福岡)저금사무센터에 일제 강제연행 등으로 일본에 끌려온 조선인 징용 노동자 명의의 우편저금 통장 수만개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시민단체의 수 차례 폭로로 한국에서도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와 관련, 당시 강제징용을 한 한국인 노무자와 유족들의 "통장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유초은행에 따르면 이들 통장에는 명의자 이름, 잔고, 주소 등이 기재돼있으며 현재 이름과 거래금액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본인 등이 조회를 요구하면 통장 내용을 개별 조사해, 답변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시대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미쓰비시 탄광 등은 당시 이들의 급료 일부를 우편저금 등 형식으로 강제적으로 저금통장을 만들어 저축을 시켰다. 하지만 상당수 노동자들은 일본 패전후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
강제 징용 노동자의 미지불임금 통장은 당시 우정성이 전국 노동기준국을 통해 각 기업으로 제출받아 보관해왔으며, 일본의 우정민영화사업으로 2007년 새로 탄생한 유초은행이 통장을 관리해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