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넛은 불황음식이다.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면 달고 값이 싼 도넛가게가 호황을 누린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정이 다르다. 경기와 관계없이 문닫는 도넛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C의 던킨도너츠, 롯데리아의 크리스피크림도넛,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 등 외국계 도넛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해왔으나 올 들어 간판을 내리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기존 매장에서도 도넛 대신 음료나 아침메뉴 등 대체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타격을 심하게 입은 곳은 미스터도넛. 지난 해말 57개였던 매장은 현재 26개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대표매장이던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 명동점을 비롯해 의정부점, 신세계 강남점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2010년 200억원이던 매출도 지난 해 153억원으로 감소했다.
미스터도넛은 2007년 일본 도넛시장 최강자로 꼽히는 이 브랜드를 GS리테일이 들여온 것. 즉석에서 도넛을 구워 제공하고 링 모양의 쫄깃쫄깃한 '폰데링'이라는 대표메뉴로 차별화해 성공했다. 하지만 단 음식을 피하는 웰빙 열풍 속 새로운 메뉴개발이나 마케팅이 소홀해 타격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지난해 65개에서 74개로 매장을 소폭 늘렸지만 지난 7월 7년 만에 대표 매장인 명동점을 폐점하는 굴욕을 겪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도넛을 튀기는 대형 기계를 들여야 하다 보니 매장규모가 경쟁사보다 큰데다 모든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한 탓에 임대료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던킨도너츠 역시 지난 해 869개 매장에서 올해는 881개로 소폭 늘었지만, 사실상 정체수준이다. 지난 해 커피와 음료 매출 비중은 45%였으나, 갈수록 도넛보다는 커피나 음료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던킨도너츠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커피와 건강음료를 늘리고, 튀기지 않은 도넛, 아침메뉴 등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칼로리의 도넛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반면 편의점의 간편식, 건강빵 등 대체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제 도넛판매로는 어려워 다른 제품군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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