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보다 미일방위협력지침의 개정에 관심이 더 많다. 집단적 자위권 그 자체는 국제법상 일본의 권리인 측면이 강한데다 안보 환경의 변화로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한 것은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염두에 둔 사전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방위협력지침은 자위대의 역할을 방어로 국한해 공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자위대의 역할 변경까지 염두에 두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이달 초 도쿄에서 열린 양국 외무ㆍ국방장관의 안보협력위원회(2+2) 회의를 계기로 개정이 본격화했다. 미국 국방부는 '2+2 회담'에 앞서 한 브리핑에서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미일동맹 현대화의 최우선 현안으로 제시하면서 개정이 세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우주, 사이버 등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안보 협력 분야를 수용하고 둘째는 지역 및 글로벌 사회에서 일본의 능동적 역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일이 위기 시 협력을 증진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국의 관심은 지역 즉 동북아에서 일본의 능동적 역할을 미국이 어느 선까지 용인하고 위기 시 협력 수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 일본은 미국에 자위대의 선제타격을 허용하는 적기지 공격력의 보유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7월 열린 미일 차관보급 협의에서 이를 집요하게 언급했고 8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방장관 회의에서도 선제타격 공격력 보유 문제의 협의를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보일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의회전문지 힐은 최근 "미국이 일본의 적기지 공격력 보유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위협력지침이 일본의 뜻대로 개정되면 자위대는 미군과 함께 국제법상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북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민감성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요구에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연장선에서 볼 때 일본에 또 한번 선물을 안겨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이 일본 우익이 주장하는 무제한적 재무장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질서가 재편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방위협력지침 개정 논란은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동북아의 안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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