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호 조선소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5년 만에 해외에서 일감을 따냈다.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장기간 문을 닫았고, 노사타결 후에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영도조선소는 2015년까지 물량까지 확보해 회생의 희망을 찾게 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그리스 및 터키 선주로부터 18만톤(DWTㆍ재화중량톤 기준)급 벌크선 4척을 총 2억2,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008년 8월 독일선사로부터 18만톤급 벌크선 수주를 끝으로 중단됐던 해외수주를 정확히 5년2개월 만에 다시 따낸 것이다.
사실 영도조선소는 좁고 낡아 대형선박을 제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조선경기가 얼어붙고 중국의 덤핑수주가 이어지면서 극소수 방위산업물량 외엔 수주가 전무했다. 특히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격해지고 민주노동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간 고공크레인 농성이 이어지면서 조선소는 사실상 폐쇄상태나 다름없었다.
영도조선소는 노사분규 종료 후 지난 7월 첫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가 발주한 9척의 15만톤급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가운데, 현대상선이 따낸 4척을 수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사위기에 몰린 국내 중견 조선소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근본적 회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해외선사로부터 수주가 절실했다.
때문에 이번 해외수주가 영도조선소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조만간 해외 선주들과 선박 4척에 대한 추가 건조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어서, 영도조선소의 올해 수주 물량은 총 12척(6억달러 상당)에 달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까지 영도조선소 도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22억불을 기록한 필리핀 수빅조선소 수주량을 더하면 한진중공업은 올해 총 28억불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노사분규가 끝난 후 한진중공업 노사는 수주를 위해 함께 뛰었다. 지난 7월 상선 수주를 앞두고 당시 당시 김상욱 노조위원장은 현대상선측에 납기 준수 및 품질보장을 약속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측 역시 전 세계 영업망을 동원, 발주사들을 직접 찾아 다니는가 하면 선형 개량과 입찰가 인하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배를 제때 제조해 선주들에게 인도하는 것인데 워낙 파업 등 노사분규를 심하게 겪은 터라 인도차질에 대한 선주들의 우려가 무척 컸다"며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노사가 함께 뛴 결과 이번 수주성공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수주가 정상화될 경우, 순환휴직 문제도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영도조선소에는 전체 조합원 중 약 450여명이 일감부족으로 유급 휴직 상태다.
한진중공업은 내년 수주목표 역시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총 29억불(영도조선소 12억불, 수빅조선소 17억불)로 잡았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조선경기가 살아나고, 노사관계 안정이 뒷받침된다면 그 이상 수주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도조선소는 규모의 한계로 인해 어차피 대형물량 제작은 어렵지만 벌크선 위주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지금 추세라면 2015년이면 완전한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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