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여권이 총반격에 나섰다. 특히 당정청이 일사분란하게 역할을 분담해 댓글 사건에 정면대응하는 모습이어서 여권이 본격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28일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를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팀이 추가 기소를 위한 공소장 변경의 증거로 제시한 5만5,000여건의 트윗 글 가운데 2,500여건이 오류라는 자체 조사 결과와 관련, "증거자료의 핵심인 정확성ㆍ신뢰성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실수인지 고의적인 오류인지 당시 수사팀은 책임지고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찰이 제시한 댓글 사건의 주요 증거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의 반격에는 검찰의 수사 결과 자체를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여야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 수가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이 이날 "명백한 수사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전략이 일정 부분 먹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도 나섰다. 이들은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자 "당리당략적ㆍ퇴행적 정쟁의 선봉에 섰다"고 비판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간 정치현안에 대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초선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 총리의 담화는 직접적인 국면 전환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방어막을 치고, 대신 정부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담화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거론하며 기대효과를 상세히 설명한 것은 정치권의 논쟁 전체를 정쟁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주말께부터 주요 부처들이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프로세스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현실정치와의 거리두기를 이어가며 사정ㆍ감사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깜짝 시구'를 한 것도 민주당 공세에 대한 맞불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같은 시각 민주당이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대비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특정지역 편중과 이른바 '김기춘 사단' 논란이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박 대통령이 댓글 사건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는 시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의 김 후보자 내정은 검찰 조직 안정화와 함께 댓글 사건의 확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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