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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새 중동 정책은 '신중 전략'

입력
2013.10.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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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동 지역 우방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새 중동 정책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입안한 '중동 신중 전략'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이스는 7월 부임 이래 국가안보회의(NSC) 팀들과 매주 '토요일 세션'을 갖고 오바마 2기 중동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토요일 세션에는 벤자민 로즈 부보좌관, 필립 고든 중동ㆍ북아프리카 담당 조정관, 제이크 설리반 부통령 안보보좌관, 리사 모나코 국가안보ㆍ대테러 담당 보좌관 등 백악관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도 정기적으로 보고된 이 청사진은 큰 틀에서 외교를 우선시하고 관여에 제한을 두며 무력 사용을 최대한 기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중동에서 대형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며 무력의 사용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 ▦석유 수송로의 파괴 ▦대량살상무기 또는 테러조직 등에 대한 대응으로 국한했다.

라이스의 이 같은 중동 전략은 중동에서 헤어나지 못한 전임자들의 전철을 오바마가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동 이외 지역 특히 아시아를 중시하는 오바마의 희망도 감안됐다. 라이스는 NYT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 지역에 하루, 일주일 모두를 허비할 수 없으며 지금은 중동에서 물러나 재평가할 좋은 시기"라면서 "저기 세계가 있고 우리는 그 세계에 기회와 이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발 빼기로 비치는 새 전략의 3대 현안은 지난달 오바마가 유엔연설에서 밝힌 이란 핵개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평화협상, 시리아 사태로 요약된다. 이란은 이번이 마지막 협상 기회라는 측면이, 중동평화협상은 케리 국무장관이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점이, 시리아 사태는 중동 안정을 위해 갈등 완화가 절실하다는 점이 각각 작용했다. 특이한 것은 미국의 핵심이익으로 민주주의의 확대를 명시하지 않아 조지 W 부시 정부 이래 계속된 '자유의 증진'을 외교 전면에서 빼버렸다는 점이다. NYT는 "오바마가 2011년 5월 미국이 외교적, 경제적 그리고 전략적 수단을 이용해 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중동 맹방인 이집트 군부와 거리를 유지하고, 이란 핵 협상 추진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스라엘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도 이런 전략이 배경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3대 중점 현안은 해법을 찾기 어려운 난제인데다, 중동의 핵심 축에서 변방으로 추락한 이집트에서 러시아의 입김이 커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이집트를 방문, 러시아의 새로운 지중해 군항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해 오바마의 새 중동 전략이 러시아에게 선물이 된 현실을 지적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국외교협회(CFR)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은 "새 중동전략은 미국 지도력의 포기 정책"이라며 "이 전략으로 누가 웃을지 생각해 보라"고 비판했다. 보수 진영에선 이란과 헤즈볼라, 시리아 그리고 시리아 사태로 입지를 넓힌 러시아를 수혜자로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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