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안 되는 확률이었다. 수술을 한 오른 팔꿈치의 인대가 다시 끊어지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들 했다. 하지만 이재우(33ㆍ두산)는 믿기 힘든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 지난 2010년 8월4일 미국 조브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팔꿈치 인대가 거짓말처럼 끊어졌다. 결국 2011년 7월17일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두 번째 수술을 했고, 다시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이재우는 우여곡절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두 번째 수술을 받은 뒤 2012시즌부터 3경기에 출전하면서 다음 시즌을 위한 도약을 마쳤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직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고 체력적으로 지쳤다. 그래도 올 시즌 성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5승2패(30경기)에 4.73의 평균자책점. 가장 좋았던 2008년(11승3패17홀드ㆍ평균자책점 1.55)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지만 베테랑으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불운의 아이콘, 시련의 주인공인 이재우가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재우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시리즈(KSㆍ7전4선승제) 4차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8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직구 최고 시속은 143㎞였고, 삼진은 8개나 잡았다. 이재우는 경기 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KS 4차전의 '공식 히어로'로 등극했다.
두산은 이재우의 호투를 발판 삼아 핸킨스-정재훈-윤명준이 나머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2-1 승리를 거뒀다. 1회 1사 1ㆍ2루에서 상대 선발 배영수의 높은 직구(146㎞)를 잡아당겨 좌월 2루타로 연결한 최준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다.
두산은 남은 시리즈에서 1승만 보태면 2001년 이후 12년 만에 KS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다. 역대 30번의 KS에서 3승1패를 기록한 팀이 최종 승자가 된 확률은 100%(13/13)다. 거침없는 상승세의 두산과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29일 오후 6시 잠실에서 KS 5차전을 벌인다. 두산의 선발은 노경은, 삼성 선발은 윤성환이다.
이재우를 위한 하루였다. 타격전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이재우가 혼신의 피칭을 선보였다. 1,2회를 1볼넷 무안타로 잘 넘긴 이재우는 3회 2사 만루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5번 박석민을 몸쪽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KS에 나가 6경기 1세이브 4.66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던 이재우는 통산 3번째 KS에서 프로 데뷔 이후 손에 꼽을 만한 최고의 피칭을 했다.
두산은 1회 1사 1ㆍ2루에서 최준석의 좌월 2루타, 계속된 1사 만루에서 6번 양의지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날리며 2점을 뽑았다. 삼성은 8회까지 무득점에 그치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8번 정현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따내는 데 그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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