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더그라운드 록의 대부 루 리드(71ㆍ사진)가 27일(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올 초 간 이식수술 후 건강이 악화돼 최근 다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음악은 물론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이 일제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랜 친구인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그는 장인(master)이었다”고 했고, 또 한 명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그룹 멤버였던 존 케일은 “세상은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한 명을 잃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고인의 노래 제목을 인용해 “언제나 완벽한 날(‘perfect day’)만 있기를”이라고 애도했다.
루 리드는 국내에 영화 ‘접속’에 사용된 ‘페일 블루 아이즈’와 영화 ‘트레인스포팅’ 삽입곡 ‘퍼펙트 데이’로 유명하다. 모두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조용한 사랑 노래들이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만든 곡들은 초기 펑크에 영향을 준 공격적인 록 음악, 실험적인 노이즈 록, 약 기운 가득한 사이키델릭 록, 난해한 아방가르드 록 등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랜 솔로 활동에도 그는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로 더 유명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적 영향력이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 앤디 워홀이 발탁해 유명해진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멤버 변동을 거듭하며 단 다섯 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졌지만, 이후 펑크, 얼터너티브, 노이즈 록, 아방가르드 록, 인디 록 장르가 태동하고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앤디 워홀이 그린 노란 바나나 커버로 유명한 그들의 데뷔 앨범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1967)는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9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오랜 기간 마약과 약물 중독으로 건강이 악화된 그는 간 이식수술 이후 자신의 웹사이트에 “현대 의학 덕에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고 곧 신곡을 만들어 무대에 서길 기대한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넉 달 전 인터뷰에선 “며칠 전만 해도 난 열아홉처럼 넘어지면 바로 일어 설 수 있었지만 이젠 넘어지면 아홉 달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병세가 악화됐음을 인정했다.
고인은 죽기 전까지도 음악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70년 밴드를 떠난 뒤에도 루 리드는 새로운 것을 찾아 앞만 보며 내달렸다. 그가 낸 마지막 앨범은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와 함께 만든 ‘룰루’였다. “저만의 원칙 하나는 절대 내가 만든 예전 음악들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음악인이 아니에요. 그저 향수와 자기만족에 빠져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무관심한 멍청이일 뿐입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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