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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선에 환율하락 '복병'

입력
2013.10.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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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조해 '실탄 투하'를 하고 양 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잠시 하락세가 주춤하는 모양이지만 대세는 이미 정해진 분위기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 오른 1,063.9원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세로 반전해 0.7원 내린 1,061.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24, 25일 외환당국의 강한 개입의 '약발'이 벌써부터 약해지는 모양새다.

24일 원ㆍ달러 환율이 연저점(1,054.5원)을 하향 돌파하며 1,050선까지 위협하자 정부와 한은은 공동 명의로 "과도한 환율 쏠림이 지속되면 조치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양 기관이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외환당국은 실제로 '달러 실탄'도 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에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변동성이 너무 커 (전날) 구두개입을 했다"며 "들어오는 자금이 핫머니인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과 직접개입, 수장들의 발언까지 환율 하락 방어를 위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면서 당국의 개입에 대한 외환시장의 경계감은 커진 상태다. 8월 22일 1,123원에서 불과 2개월 만에 1,050원대까지 급락했던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성공한 셈. 하지만 이미 하락세가 완연한 환율의 추세까지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3.3%로 나오는 등 예상보다 좋아지는 모습이고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되는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원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달 초~중순까지 이어진 '셧다운'(연방정부 폐쇄) 등의 영향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양적완화 축소)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돼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늦어지자 미국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글로벌 자금은 다시금 신흥국과 우리나라 등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증시에서 42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간 배경이다.

이처럼 여러 여건이 환율을 밀어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저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리고 있어,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수출품을 중심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저'는 작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이 이를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아 미국 수출상품 가격이 전보다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4, 5월쯤부터 대미 수출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 하반기부터는 일본 수출이 두 자릿수 대폭 증가하는 등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ㆍ전자 부문의 경쟁력 하락과 수출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실제로 27일 발표된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은 환율 하락 영향에 대한 우려로 두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이미 참여정부 당시 900원대의 환율을 경험한 적 있지만, 그 동안 물가를 고려하면 당시 900원은 현재 950~1,000원대와 비슷하다"면서 "경제 상황 상 속도를 늦추는 식의 개입 외에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환율 하락을 염두에 둔 기업들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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